[책] 이하루/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아리따 2020. 2. 21. 23:01

📚 어른이 되고 보니 시시한 것투성이였다. 특히 우리 삶이 그랬다.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간혹 영화 같은 사건이 벌어지긴 했다. 원하던 장르도, 주인공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남다른 포부를 내비쳤던 친구에게는 새로운 바람이 생겼다. "자서전까진 바라지도 않아. 쓸 만한 인생이라도 됐으면 좋겠다."…'쓸 만한 삶'이 어떤 삶인지 궁금했다. 어른이 된 지 16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답을 찾았다. 쓸 만한 삶이란 쓰는 삶이다.(p.013~014)​

쓸 만한 삶을 살고있다고 해도, 쓰지 않으면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라는 책은 '쓰는 삶'과 '잘 쓰는 팁' 두 가지에 대해서 알려준다. 팁보다는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

📚 쓰고 싶다는 말은 곧 마음속에 하고싶은 얘기가 많다는 뜻이다. 입으로 뱉어내고 나면 흩어지는 게 아쉬워 글로 꽁꽁 묶어놓고 싶어 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p.027)

'말하는 것보다는 쓰는 게 편하니까'라 생각하며 글을 쓰고, 그림으로 그렸던 내 이야기들은 사실은 마음속에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아서였다는 걸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꽁꽁 숨겨봐도 될 이야기를 굳이 꺼내어 묶고싶었나보다. 난.

📚 단점을 찾아내려는 시선을 유지하면 자칫 부정적인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될 만한 요소를 예민하게 느낀다는 점에서, 변화를 만드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글쓰기는 그럴듯한 문장을 나열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가치를 깨닫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공유하는 일이다. 그 때문에 완벽한 문장이 아닌데도 사랑받는 글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가 깃든 경우가 많다.(p.057)

📚 '고민'과 '글쓰기'는 한 몸이다. 요즘 많은 글쓰기 강좌에서도 '잘 쓰는 것'이 아닌 '잘 살기 위해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제 역시 대부분 나의 고민과 상처를 드러내게 만드는 주제를 준다. 그러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패했던 분야가 있지 않은가. 그런 경험을 하고도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는 우리의 인생은 생각보다 가치 있는 이야기다. 그러니 가감 없이 글로 옮겨보자.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텍스트가 될 테니까.(p.134)

유려하게 쓴 글보다 거칠고 둔한 글에 마음이 갈 때가 있다. 혹시라도 다르게 읽힐까.. 꼭꼭 씹어 조심스레 한 글자씩 내놓은 단어, 문장. 그 배려가 와닿을 때 따뜻해진다.

📚 "책을 소리 내서 읽어보니까 알겠더라. 좋은 글은 처음 읽어도 막힘없이 읽혀." 언젠가 내가 쓴 글을 소리 내 읽던 그녀가 떠올랐다. 아, 그래서 예전에 내 글을 읽을 때에는 더듬거렸구나. 발음 탓이 아니었구나. 잘 쓴 글은 잘 읽힌다. 소리 내 읽었을 때 잘 읽히는 글은 눈으로 읽기에도 좋은 글이다.(p.161)

글을 쓸 때 작은 소리로 읽는 버릇이 생길 것 같다.

📚 완벽한 글이 아니어도, 하필 천재가 쓴 글이 내 글 옆에 있어도, 씩씩하게 쓰고 공유하자. 재능을 예단하고 포기하는 사람은 모른다. 꾸준히 쓰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p.195)

📚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다르게 쓴 이야기는 많다. 아팠던 기억을 담담하게 쓰는 것. 기뻤던 일을 슬프게 쓰는 것. 아무것도 아닌 일을 의미 있게 쓰는 것.(p.207~208)

같은 일을 경험해도 모두 다르게 느낀다. 다르게 쓰인 글은 누군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

📚 누군가 내게 글쓰기에 꼭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보다 나를 더 과대평가해주는 사람들이요."

생각해보면 내 '일'에 대해 뭔가 큰 결정이 필요할 때 '나보다 나를 더 과대평가해주는 사람'이 도움이 되었다. 나도차도 자신 없어 갈팡질팡하는데, 저 사람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눈을 반짝이며 날 설득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와서보면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그런 사람을 믿고 난 또 앞으로 나가야지.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더 과대평가해주길..

에세이 쓰는 팁도 좋지만 글쓴이의 하루 부분들이 특히나 좋았던, 오랜만에 마음에 든 책이었다. 글을 쓰는 데 막힘이 있을 때 팁도 다시 볼 겸.. 줄 그어놨던 부분들을 후루룩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책리뷰 #이하루 #내하루도에세이가될까요? #상상출판 #한국에세이 #일상 #글쓰기 #에세이쓰는법 #에세이 #쓸만한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