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따운

📚 우리는 일상에서 무례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사람마다 관계마다 심리적 거리가 다르다는 점을 무시하고, 갑자기 선을 훅 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감정의 동요 없이 "금 밟으셨어요" 하고 알려줄 방법은 없을까?(p.010)

제목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지만 대처법이 적혔다기보다는 '무례한 사람에게도 웃을 수 있는 나를 만드는 법'에 관한 책이다. 혹시 대처법에 대해 알고 싶다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 사람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며 성장한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배우며 성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위 '착한 사람'들은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잊어버린다.…착하다는 평가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지길 권한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항상 양보하지 않아도, 네 주장을 펼치더라도 미움받지 않는다"라고 조언해 주기를 바란다. 그런 훈련을 하려면 '좀 미움받으면 어때?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는 거니까' 하고 애써 담대해질 필요가 있다. 착해지려고 애쓰지 마라.(p.046~047)

미움받을 용기. '아니'라고 말하기. 처음이 어렵지 하고 나면 별것 아님에 살짝 허무해진다. '아니'라고 말한다고 딱히 바뀌는 것도 없다. 무겁게 남의 짐까지 지며 착해지려고 노력 안 해도 된다.

📚 내 인생은 롱테이크로 촬영한 무편집본이다. 지루하고 구질구질하게 느껴진다. 반면 다른 사람의 인생은 편집되고 보정된 예고편이다. 그래서 멋져보이는 것이다.…행복한 사람은 자기를 알아달라고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 스스로 충만하면 남의 인정을 갈구할 필요가 없으니까.(p.081~082)

구질구질하게 느껴져도 내 인생이며 남의 인생 아무리 부러워해봤자 내 시나리오가 아니다.

📚 어떤 존재가 존재의 이유를 자꾸 설명해야 한다면, 그것은 질문자가 이미 무가치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대통령에겐 명함이 필요치 않듯 독보적인 상위 수준의 존재일수록 자신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높은 차원의 존재일수록 심지어 별 쓸모도 없다.(p.084~085)

나의 존재에 '왜'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설명하는데 자꾸 말이 길어지는 사람들에게.

📚 우리는 저마다 읽히기를 기다리는 책 같아서 누군가 나를 읽어나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대충 읽고선 다 아는 양 함부로 말하지 않기를, 다른 책 사이에서 나만의 유일한 가치를 발견해주기를 원한다.(p.110~111)

누군가. 딱 한 사람이라도 가치를 알아봐 준다면 살만한 것 같다.

📚 유년 시절, 어른들 또는 어른들이 보여주는 책은 모두 이런 말들을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정의가 승리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며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가난은 불편한 것이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그러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하나씩 깨닫는다. 노력은 (심지어 자주) 우리를 배신하며, 세상은 불합리와 불의로 가득하다는 것. 추한 것들과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그 반대보다 많으며, 가난은 불편함과 동시에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는 것.(p.113)

어른이 된다는 건.

📚 보석함에 고이 모셔두지 않는 이상 매일 끼고 있는 반지라면 생활 기스를 피할 수 없듯, 살아가는 일에서 상처를 피할 순 없다. 더욱이 열심히 살아온 사람일수록 더 많은 상처가 있는 법이다. 실패에서 오는 괴로움을 그렇게 이해하면 스스로를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건 그냥, 거대한 흠이 아니라 자잘한 생활 기스들인 거다.(p.227)

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생활 기스라고 생각하면 꽤 온전한 것 같다.

📚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가치 없는 곳에 쓰지 말 것.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p.248)

나이가 들수록 가치 없다고 생각되는 곳엔 저절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럴 에너지가 없다ㅎㅎㅎ

나라는 사람도 제법 괜찮다. 무례한 사람 앞에서 숨지 않고, 딴딴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이 책을 잘 읽은 것이지 않을까. 인생 자체는 긍정적으로, 개소리에는 단호하게라는 책의 부제에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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